
해적 앞에서 당당했던 남자, 디오게네스저놈은 무엇이 그리 당당한가. 해적 선장 스키르팔루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스키르팔루스는 부하들이 막 잡아 온 인질 무리 앞에 섰다. 모두가 퀭했다. 그런 이들 가운데 한 명. 딱 한 사내만은 풍기는 분위기가 묘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울지도, 떨지도 않았다. 곧 노예로 팔릴 처지라는 걸 알 텐데도 그저 천연스러웠다. “당신 이름이 뭐요?” “디오게네스요.” “혹시 왕족이오?” “하! 내 몰골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드오?” 디오게네스가 웃으며 되물었다. 스키르팔루스는 그의 행색을 찬찬히 살폈다. 그가 걸친 건 기울 수 없을 만큼 낡은 옷이었다. 손톱에는 땟국물이 잔뜩 묻었고, 까맣게 탄 두 발에선 짙은 악취만 올라왔다. 노예 시장에서 '주인'을 찾다“그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