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앙의 배신: 프랑스 천연 광천수의 몰락, 그리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프랑스, 천연 광천수의 자부심에 금이 가다
프랑스에서 '천연 광천수'는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특히 알프스의 깨끗한 수원지에서 온 '천연 광천수'는 프랑스의 자연과 순수함을 상징해 왔습니다. 실제 프랑스는 전 세계적인 천연 광천수 생산 강국으로, 현재 약 104개 자연 취수처가 있으며, 시장 규모는 약 27억 달러, 직간접 고용 인원은 4만 명 이상입니다.
에비앙, 천연 광천수 탈을 쓴 정화수?
알프스에 흐르는 신선한 광천수를 그대로 병입한다던 프랑스 '에비앙'이 수년간 불법적인 정수 처리를 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1년 전, 프랑스 유력 언론인 '르몽드'와 라디오 '프랑스앵포'의 공동 탐사 보도를 통해선데, 전체 판매 물량의 약 1/3이 불법 정수 과정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랑스에선 유럽연합 지침에 따라, '천연 광천수'로 홍보하는 모든 생수는 어떤 인위적인 처리 없이 원수 그대로 병에 담겨야 합니다. 반면 '일반 생수'는 염소 처리나 여과 등 특정 정수 과정이 허용되는 대신, 가격도 저렴하고 소비자들의 신뢰도 덜합니다. 그런데, 에비앙 브랜드가 다른 일반 생수와 같이, 미생물이나 미세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자외선(UV) 소독 및 활성탄 필터를 몰래 사용해 왔다는 겁니다.
정부의 묵인, 기업의 은폐: 신뢰의 위기
프랑스 국민들의 허탈감과 분노는 당연한데, 프랑스 정부의 '묵인' 의혹까지 번졌습니다. 지난 5월 발표된 프랑스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부와 재무부 산하의 부정경쟁·사기 방지총국(DGCCRF)은 이미 2021년 9월 생수 업체들의 불법 정수 처리 행태를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업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공급망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기에 Nestlé Waters(Contrex, Perrier, Vittel 등)를 포함한 기업들이 약 2백만 유로 벌금을 내고 불법 관행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도 밝혀졌습니다. 이 조사의 책임자였던 상원 의원 알렉상드르 위지예는(Alexandre Ouizille) 이번 사안을 “설명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으며, 이해할 수도 없는” 기업-정부 유착 사건으로 규정했습니다. 프랑스 내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신뢰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했다"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법 대응도 불사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윤리 문제를 넘어 국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위기로 확대된 겁니다.
수질뿐 아니라 환경 윤리까지… 흔들리는 천연 광천수 브랜드
에비앙 등 천연 광천수 브랜드의 위기 원인은 단순히 수질뿐만이 아닙니다. 소비자들은 '순수·깨끗·친환경' 등, 브랜드 마케팅 뒤에 숨은 기업의 환경 윤리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3년 1월, 국제 환경 단체들은 에비앙 제조사인 다농(Danone)을 상대로 "플라스틱 오염 및 환경 문제 해결 노력이 부족하다"며 파리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2023년 10월에는 미국에서도 '탄소 중립' 주장이 허위 광고라는 내용으로 집단소송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지난 2월, 제조사 다농은 향후 플라스틱 사용량 공개 및 감축 정책 강화, 2025~2027년 소비자와의 연례회의 참여 등을 약속했지만 시장의 분노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동안 천연 광천수라는 이름으로 깨끗한 물을 팔아왔던 기업이(사실은 정화수였지만), 막상 '깨끗한 환경'을 위한 노력에는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에 직면하며, '수질'과 '환경 윤리'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신뢰를 시험받고 있는 겁니다.
산펠레그리노, 그리고 프리미엄 생수의 숙제
이탈리아의 천연 광천수 브랜드인 산펠레그레노(San Pellegrino) 역시 친환경 포장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고, EU 차원에서 음료 포장재의 재활용률 규제 강화 논의에 휘말리며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순수함'을 팔던 프리미엄 생수가, 이제 자신의 순수성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겁니다.
에비앙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질문들
에비앙 사태는 우리에게 기업의 윤리, 정부의 역할, 그리고 소비자의 선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깨끗함'을 넘어 '진정성'을 요구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어야 할까요?
자주 묻는 질문들
Q.에비앙은 왜 불법 정수 처리를 했을까요?
A.미생물 및 미세 오염 물질 제거를 위해 자외선(UV) 소독 및 활성탄 필터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천연 광천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행위입니다.
Q.프랑스 정부는 왜 에비앙의 불법 행위를 묵인했나요?
A.정부의 공식 입장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개를 미루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공급망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Q.앞으로 천연 광천수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A.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짐에 따라, 기업들은 더욱 투명한 정보 공개와 환경 윤리를 강조해야 할 것입니다. 친환경 포장재 사용, 탄소 배출 감소 등 지속 가능한 노력이 중요해질 것입니다.